유부녀야설

프로젝트 X - 15부 티피씨글로벌

황동춘 0 120 2017.08.12 01:38

모닝콜 서비스 덕분에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발가벗은 채로 엉켰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질 줄 모른 채 조금만 더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서둘러 짐을 호텔에 맡기고 랜탈한 차를 타고 버팔로로 여행할 생각을 하니 서둘러야 할 것같다.

"가방 두갤 들고 다니지 말고 대충 한 곳에다 몰아 넣어서 짐을 줄이자."
"응, 그렇지 않아도 당신 잠들었을 때 짐 정리를 다 했어."
"그래? 잠든 기억 밖에 없는데?"
"여자가 그래서 필요한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에 허둥댈까봐 한참 일했거든."
"귀여운 놈."
"피곤했나보더라. 코를 엄청 골던데."
"잠에 떨어져서 전혀 몰랐는걸."
"덩치만 컷지 조금만 피곤하도 못 견뎌내는게 남자들이라니까."
"알았어. 사모님."

코를 잡아 살짝 비틀어 주며 샤워실로 걸어 갔다. 굳이 샤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몇 발자욱만 움직이면 샤워기를 마음대로 틀 수 있기 때문에 머리감는 노력 보다 덜 힘들게 샤워를 할 수 있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양치를 하더니 소변을 보기 위해 숙이 팬티를 훌렁 내린다. 부끄러워서 감히 엄두도 못낼 일들이 이 곳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놀랍기도 하다.

"들어와. 등 밀어줄께."
"응, 잠시만. 큰거 나오려나봐."
"냄새난단. 나중에 일 봐."
"여자는 큰 거 참으면 병된다구."
"남자 샤워하는데 들어와서 큰 일까지 본다구 난리냐?"
"뭐, 어때? 당신은 안봐?"
"그래두 넘 쿨한거 아냐?"
"알았어요. 당신이 그러니까 더 하고 싶은걸."
"맘대로 해. 해외까지 여행 온김에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보라구."

숙은 전과 달리 부끄러움이 없어진 것일까? 내가 샤워하는 사이에 신중하게 힘을 줘가며 큰 일을 치르고 말았다. 변기에 붙은 비데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엉덩이까지 닦아 달라고 조를 상황이다. 숙이 힘을 주고 있는 동안 양치와 면도를 하고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흘린 물건이 없도록 주위를 살핀 후 랜트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차가 출발했으니 곧 도착해서 호텔 로비에서 연락하면 내려오라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조식이 준비되지 않았다. 룸에 놓여진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 놓고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때워본다.

"여보세요."
인터폰이 울려서 받으니 한국사람의말소리가 들렸다.
"누구?"
"예, 랜트캅니다."
"어, 한국사람?"
"네, 그렇습니다."
반가웠다. 어차피 영어나 한국어나 다를 바 없었지만 몇일 여행하는 동안 코쟁이의 노릿내 냄새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금방 내려갈께요. 기다리시우."

주렁주렁 짐을 달고 로비로 내려와선 지배인을 찾아 나머지 짐을 맡기고 랜트카를 가져온 사람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펴봤다. 어제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사내가 로비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가 내게 다가왔다.

"박사님, 제가 랜트카로 모시겠습니다."
"아니오. 난 랜트카 신청을 해 놨는걸."
"그 차로 제가 모신다는 얘깁니다."
"뭐요?"
"신변 보호를 위한 조치입니다."
"호의는 고맙지만 사생활 간섭은 곤란해."
"경호 뿐입니다."
"우린 평범한 여행객일 뿐이오."
"저희에겐 요인 경호 입니다."
"우리 정부가 신경쓸 일이지 중국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오."
"중국에선 박사님을 요인으로 인정합니다."
"알았어요. 랜트카 요금만 내준다면 나쁠 것도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쓸쓸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묻혀 살던 우리가 불과 몇시간 만에 국제적 경호를 받아야할 인물로 승격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 나라도 아닌 중국이 먼저 경호를 자처하는 현실 앞에서 정부의 무덤덤함에 눈물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베어난다.

혁신적 생각들은 짖밟히고 남들이 먼저 인정해야 겨우 받아들이는 사람들. 설득과 설득을 반복하며 그들의 손에 먼저 기술입국의 열매를 달아주고 싶어 노력하지만 자신들의 경험 범위내에서만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는 사람들. 걸래같이 발길질에 짖이겨진 마음으로 청사 꼭대기에 메달린 변혁. 혁신. 기술입국 등의 구호를 망연자실 바라보다 발길을 돌리고야 마는 현실. 철밥통은 굳건히 지키기 위해 복지부동을 자신의 좌우명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혹여 설쳐대는 사람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팔걷어 부치고 이런 저런 일들에 간섭하며 없던 일처럼 잠재우는 능력자들. 개혁과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수많은 조처들은 엄청난 국민의 세금이 배정됐지만 선별의 잣대를 부서버린 그들 앞에선 선심의 잣대만 남아 원천과 핵심과 모방을 구별할 수 없는 눈설매로 합법적인 분배에 목을 메는 사람들.

선배들은 그래서 이 땅을 떠났고 후배들은 이 땅의 풍토에 익숙한 채 고통스런 개발자의 길을 포기하고 영달과 안녕만을 위해 인문학에만 매달려 산다. 세익스피어를 배출하고 슈베르트를 배출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태운 차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아스라이 먼 하늘 조차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로 이어져 있었다. 서서히 동이 트며 눈부신 햇살이 산허리를 가로질러 차창 밖 유리를 통해 쏟아졌다. 기사는 햇볕 가리게를 내려 눈부신 햇살을 차단시키는 친절함으로 우리를 대했다.

"이름이 뭐요?"
"김학숩니다."
"고향은?"
"연변입니다."
"그럼 교포?"
"조선족이죠."
"왜 이런 일에 끼어들었소?"
"중국은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박사님이외에도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김학수씨 일은 경홉니까?"
"아뇨. 연굽니다."
"경호원이 더 어울리는데."
"김박사님을 지키는게 제 임무죠."
"뭘 얻을게 있다고 지킬까?"
"많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포기할 생각이오."
"저희가 돕겠습니다."
"아니. 한계에 부딪혔수."
"첨부터 헤더를 설계하지 않은 이유도 잘 압니다.
기계적 제어까지만 설계하고 휴먼 부분은 별도 프로젝트로 계획하신 것도요."
"별 일이군. 내 맘을 나도 모르는데 김학수씨가 어떻게 그런 단정을 짓지?"
"세계를 변화시킬 가치있는 프로젝트는 저희가 모두 지켜보고 있지요."
"나완 무관한 일이군."
"지금까지 설계된 것 만으로 로봇을 제작한다해도 전세계는 놀랄 일입니다.
로봇 선진국이라는 자부하는 일본 조차도 광대 로봇만 겨우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들이라고 왜 생각이 없겠소?"
"일본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떠들어 댄지가 벌써 25년 전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론적인 가능성만 갖고 작은 분야에서 얻은 성과로 떠들어댔을 뿐 어떤 거대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일꺼요."
"자신들 능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생체를 이용한 인공지능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선 박사님의 유기화학물질 이론이 로봇을 완성하는데 완벽한 이론이라고 봅니다."
"정신을 물질로 대입시키는 것은 위험한 사상일 뿐이오."
"모든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정신과 물질을 별개로 보기 때문에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박사님의 설계도를 검토한 이후에야 왜 휴먼로봇을 표방하지 않았는지 겨우 이해했을 정도니까요."
"단계가 있는 법이오. 우선 움직임부터 제대로 제어하면 족한 시대니까."
"박사님은 정말 정신과 물질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합칠 수 있는거죠?"
"위험한 일이오.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만..."
"기대가 큽니다. 이론이 현실로 다가오면 과학은 걷잡을 수 없는 혁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테니까요."
"무서운 일이야.
신의 존재가 무시되고 인간이 신이기를 자처하는 일이지."
"휴먼로봇의 두뇌가 완성되면 인간의 생각도 제품처럼 찍어낼 수 있겠죠?"
"원치 않터라도 그렇게 되겠지."
"잘 쓰면 사회 교화차원에서 획기적인 일이되겠네요."
"그렇지 않아. 자유로운 사고가 모여서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 좋은 현상인데, 인위적으로 통치자가 자신이 원하는 인간들을 양산할 우려를 피할 수 없겠지."
"제도를 마련하면 되지 않습니까?"
"제도가 나빠서 독재자가 생겨났던가?"
"휴먼 로봇의 두뇌는 전자적 장치에 생각을 이식하는 것이고, 인간 두뇌는 생화학적인 조화인데 금방 적용되진 않겠지요."
"인간의 몸에 작은 칩을 박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 칩을 통해 인간의 두뇌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하게 될테지."
"그런 점 때문에 휴먼로봇의 두뇌 개발을 미루는 겁니까?"
"실력 부족이 우선이고."
"박사님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시도할텐데, 차라리 지금 만드셔서 좋은 일에 쓰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좋은 일과 나쁜일이 선명하게 구별된다고 보나?"
"인류를 위해 쓰면 좋은 일 아닙니까?"
"아무도 장담 못하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네.
선과악의 기준이 모호하단 얘기지."
"박사님 일생의 꿈 아니었습니까?"
"방사능을 발견한 큐리부인이 원자탄의 탄생을 알았던가?
인간의 두뇌를 닮은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컨트롤러의 개발로 전이될테지. 그런 때가 닥치면 사람과 로봇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인위적인 조정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 소모되겠지."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듯이, 박사님의 업적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때도 있겠지만 선의로 사용될 수만 있다면 인류 발전에 큰 진전이 될 것입니다."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을 망치기 마련일세.
효용성을 위해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한 두명만 있더라도 사회적 혼란은 엄청 날테지."
"휴먼 로봇을 완성하지 않기로 작정 하신 것이군요?"
"자신이 없어."

김학수는 로키산맥을 오르는 동안 휴먼로봇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계속 얘기하며 내 연구 진척을 독려하고 있었지만 나와 숙은 더 이상 못들은 척 하며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지구의 한 쪽 면을 보고 있었다.

"저기 냇가에 흐르는 물이 시원하고 맑아보여요."
숙은 산 등성이를 오르며 잠시 나타난 구릉 아래로 보이는 작은 연못을 발견하곤 외치듯 말했다. 우리의 차는 숙이 경탄한 곳으로 방향을 돌리며 가까이 다가간 후 잠시 멈추고 모두 내려 연못 부근의 아름드리 나무로 둘러싸인 풍광을 감상하고 있었다.

"어, 푯말에 경고문이 써 있네."
연못 입구에 눈에 띄게 나무판에 새겨 놓은 팻말을 붙여놨지만 아름다움에 탄복하며 그 것을 놓쳤었다. 하지만 눈썰매가 있는 숙이 그 팻말을 내용을 읽어보곤 나를 불렀다.
"뭐야. 산성비로 오염된 연못이므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위하라고?"
한국은 도처에 산이 있고 작은 도랑과 개울이 있고 연못이 있지만 어디 한군데라도 오염되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문구를 본 적이 없다. 물이 시원해 보이면 발을 걷고 물에 풍덩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이 곳은 인적이 드문 산맥 중턱에 있으면서도 오염된 물이라는 팻말을 써 붙혀 놓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일행이 차를 다시 타고 한참을 더 오르니 오두막 같은 휴게소가 눈에 띄었다. 간판인 줄 알고 커다란 표시판을 읽어 보니 "이 고속도로는 300킬로 마다 휴게소가 한 개씩 설치 되어있으니 이 곳을 지나면 3시간 후에 다음 휴게소를 만날 수 있다." 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허름한 시골 가게와 같이 간단한 먹거리와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다. 우리는 음료수를 마시며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쇼핑했지만 그다지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서 그 휴게소를 나섰다. 한국의 고속도로는 몇 걸음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휴게실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곳처럼 소박한 채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없다. 적어도 운전자의 피곤을 덜어주기 위해 적당한 거리에 의무적으로 설치된 듯한 필수 교통안전시설 쯤으로 생각이 된다.

"배고프지 않아?"
"응, 아직은 견딜만 해."
"다음 휴게소가 3시간 후에나 있다는데 괜찮겠어?"
"난 됐는데, 김학수씨는 어떨지 물어봐."
"저도 됐습니다. 다음 휴게소엔 피자 파는곳이 있거든요."
"자주 왔었나봐요?"
"가끔..."

다시 차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먼 발치에 비실비실 언덕을 오르는 승용차가 눈에 들어왔다. 악셀을 계속 밟아도 힘이 딸리는지 좀처럼 따라 잡을 수 없다. 워낙 장거리를 여행하기 때문에 창 너머로 보이는 차량을 발견한 것 만으로도 함께하는 일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따라가니 앞 차의 꽁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이 많은 할머니가 운전하고 그 옆에 할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노부부 옆을 지나며 가볍게 경적을 울리며 손을 흔들었다. 노인이 운전하던 차도 손을 마주 흔들며 반가워했다. 호주를 여행할 때 였다.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세시간쯤 걸리는 곳으로 여행할 때 였다. 운전사는 거대한 몸집의 차를 앞 차에 밀착하듯 붙힌 채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너무 넓은 광야에서 만난 누군가를 다시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놓치기 싫어서 바짝 붙어 간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에서 스코프로 사냥감을 찾는 살인마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해 광야를 질주한다는 생각은 안해봤으니까. 노인의 차를 스치듯 지나며 뒤편에서 점점 멀어지는 순간 차는 다음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피자가게 표시가 요란한 것이 아까 휴게소완 딴 판이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한국의 먹자판과는 달리 시골 가게답게 조촐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아침과 점심을 함께 떼운다는 생각으로 라운드피자를 한판 시키고 콜라잔을 사서 한잔씩 서둘러 마셨다. 몇잔이라도 리필이 되기 때문에 몇시간 동안의 갈증을 풀기 위해 벌컥 소리를 내며 마셔댔다.
피자는 소금기가 너무 많아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나은 부분을 작은 조각으로 포장하여 트렁크에 넣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한 낮의 따가운 태양도 겨울을 녹일 수는 없는지 벌써 어둑한 그늘을 남기며 로키산맥을 넘어가 버렸다. 전조등을 밝히며 끝이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을씨년한 겨울날씨도 어둠에 가려진 채 암흑 속으로 차는 계속 달려가고 있다.

"언제쯤 마을이 나올까요?"
"글세, 3시간 마다 휴게소가 있다니까 십여분만 더 가면 뭔가 나올테지."
"언덕 하나만 더 오르면 모텔이 있습니다. 오늘을 그곳에서 여장을 푸시지요."
김학수의 말대로 한참을 달리니 모텔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초호화 호텔에서만 익숙한 숙이 이런 허름한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었다. 너무 허름하면 밤을 세워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다음에 잠을 한꺼번에 자야겠다 싶기도 했으므로 내가 먼저 모텔 로비에 들어가서 시설을 개략적으로 점검 하기로 했다. 김학수가 차를 주차 시키는 동안 메니저는 방이 쓸만하다는 설명을 열심히 했다. 로비의 시설물이나 식당의 운영되는 모습을 봐서는 중급 호텔쯤은 되어 보였다. 콜걸도 공급되냐고 물었더니 빙긋이 웃는다. 함께 온 일행이 여자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괜찮다면 그 방에 콜걸을 한명 넣어주라고 부탁하고 방 두 개를 잡아 김학수에게 키를 건냈다.
"김학수씬 혼자 잘 수 있지?"
"그럼요. 먼저 올라가십시오."
"내가 당신 방에 아가씨 불러 놨거든.
병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서우면 끌어 안고만 자."
"어휴, 딴 짓 안합니다."
"일단 돈을 지불했으니까 김학수씨 맘대로 하라고."

숙과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오랜 시간 좁은 차 속에 갇혀 있었던 몸이라 찌뿌등한 피곤감을 느꼈다. 다시 한번 문단속을 하곤 옷가지를 벗어 던지며 샤워실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온 몸을 적신다. 김이 거울에 하얗게 서렸다. 손바닥으로 두어번 휘젖듯이 거울을 닦았다. 머리끝부터 물이 뚝뚝 떨어져 얼굴을 타고 흐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두 눈을 꼭 눌러본다. 쌓였던 피로감도 감겨진 눈처럼 아스라이 빠져나가며 약간의 생기를 되찾아간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듯 온 몸을 흔들어보곤 비누를 듬뿍 뭍힌 수건으로 문질렀다. 드디어 제삼국 조차도 관심을 갖는 진정한 로봇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구나 싶다.

초기 설계단계를 실험하기 위해 올챙이 프로젝트는 수행하고 탁과장이 결과물을 시장 진입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이를 근간으로 로봇 유닛의 기본 플랜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로봇 유닛간 대화 통로는 유선을 사용하고 백본으로 무선을 채용함으로써 불의의 사고로 로봇이 분해됐을 때 기관 상호간의 명령 전달체계를 확보토록 했다. 무선 채널을 사용할 때는 메인 마이크로컨트롤러가 각 기관에 고유 주파수를 할당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몸체 상호간의 간섭을 최소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메인 컴퓨터와의 호환성을 위해 2.4기가급 대역폭을 주장하는 연구원들이 있었지만 5기가급으로 결정했었다. 적어도 전자랜지로부터 발생하는 주파수에 로봇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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